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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emory

2019년 10월 9일 설악산 2박3일의 여정





10월 9일 한글날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 설악의 너른 품에 안겨본다.

점점 추색으로 번져가는 설악의 자태도 궁금하거니와 무엇보다 지난 추석명절에 찾기로 하였다가,

허리고장으로 잠시 접어두었던 백두대간 리마인드 황철봉구간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있어 이번 기회에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설악동야영장에 캠프를 치고 당일치기로 다녀올까도 했지만 장장 5일의 황금연휴인지라

박배낭을 지고 느긋하게 설악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2박3일의 일정 및 산행코스는 설악동 신흥사를 뒤로하고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계조암에서 울산바위 동봉초입 첫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며시 금줄을 넘어 서봉으로 스며든다.

희미한 길을 더듬어 서봉과 동봉사이 안부에 올라 발 아래에 펼쳐진 속초시가지를 보며 첫날밤 설악산과의 허니문을 맞이할 것이다.

다음날 너덜겅으로 악명 높은 백두대간의 황철봉을 넘고 남봉아래 저항령에서 꿀맛 같은 둘째 날 밤을 보낼 것이고,

마지막 셋째 날은 지난날의 잔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걸레봉과 마등봉을 내려서면서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산행코스 약26km (설악동~신흥사~계조암~서봉무명봉 안부(1박)~서봉정상~황철봉~저항령(2박)~걸레봉~마등봉~금강굴~비선대~설악동)






계조암


한글날 공휴일을 맞아 이곳 계조암과 울산바위를 찾은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이한 것은 외국인 탐방객이 부쩍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명산 일번지임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흔들바위


까마득한 학창시절의 추억이 잠시 스친다.

냐야 몇 년 전에 다녀왔지만 허브는 수학여행 이후 처음이라고?

흔들리나 함 밀어 볼래^^








계조암을 지나 울산바위 동봉초입 첫 계단을 올라서자 마자 금줄을 넘어서면  잠시 후 나타나는 거대한 방구이다.

현재 개방을 하고 있는 울산바위 동봉과는 달리 이곳 서봉은 비탐방으로 묶어두고 있다.

이곳도 안전한 시설물을 설치하여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황철봉과 울산바위 사이 골짜기의 물줄기인 계류를 두 서너 번 건너서

마지막 상류에서 대충 씻고 물 보충 후 서봉으로 오른다.

내일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서 식수를 보충할 것이다.








오늘 첫날밤을 머물 박터는 울산바위 서봉 정상부가 아닌 서봉의 어느 무명봉의 조그마한 안부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곳은 등로가 희미하고 박터까지 직등이라 박짐을 지고 오르기는 매우 까탈스럽다.

우리와 같이 다음날 먼 거리 이동의 경우, 식수 보충차원에서 불가피 계곡까지 다시 내려와야 하기에 이곳을 선택 하였다.

더불어 호젓하게 보내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어차피 서봉 정상은 거쳐가는 길목이니 다음날 지나는 길에 오르면 되겠다.







경비대장의 출입허가를 득해야 성안으로 진입이 가능 함이다^^



























석양에 황금색으로 물든 암봉 너머로 대청장군과 화채장군의 영접을 받으며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바로 이곳이다!


방금 올라선 서북방향으로 내일 힘들게 올라야 할 황철봉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속초시와 동해바다가 발 아래에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제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시간, 늘 그러하듯 산정의 온도는 급하게 떨어진다

인증샷 몇 장 남기고 보금자리부터 마련한다.








박터 지킴이 선바위









박터의 쌍봉 중 동쪽 암봉을 허브가 올라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내려온다.









마주보는 또 하나의 암봉

이 두 암봉의 사이에 박터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트인 한 쪽은 속초시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다른 한쪽은 내일 진행할 황철봉이 우뚝 솟아 있는 그림이다.











































집 짓고 만찬을 즐기는 것도 잠시 산 아래 속초시가지는 불야성을 이룬다.

이렇게 첫날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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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큼 야생에서 익숙해 졌다고 자부했거늘, 어젯밤은 어지간히 잠을 설쳤나 보다,

찌푸덩한 몸으로 밖으로 나오는데 동녘하늘은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으니,













































그저 감탄사의 연발이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고작 800m인가!!



때론 문명의 온갖 혜택을 받는 콘크리트 빌딩 숲이 편할 때도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흙 내음이 있는 자연이 훨 조타!~

그 마음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벅찬 해오름의 감동도 잠시,  빵과 수프로 아침을 대신하고 이틀날 일정을 준비한다.

아래 계곡에서 물 보충 후 외설악의 끝자락 울산바위 서봉 정상에 올랐다가 지난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황철봉으로 달려간다.








머문자리 흔적 깨끗이 지우고



























서봉 경비대장과 밤새 안부 전하고


















서봉아래 안부 갈림길 도착

석문에 배낭을 벗어 놓고 서봉 정상을 다녀오기로 한다.








































































울산바위 서봉과 동봉 그리고 달마봉이 일렬로 도열해 있는 모습이다.

변방에서 언제나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울산바위!  설악의 한 축을 당당하게 지키고 서있는 모습에 늘 감동이다.








이 아니 멋스럽지 아니한가



















정상에 서면 미시령을 사이에 두고 북설악의 상봉과 신선봉 그 너머로 마산봉 향로봉까지

일망무제로 펼쳐진 모습에 설악에 와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한번 더 서봉의 우람한 골격에 눈길을 주고 서봉을 내려선다.

다음에 언젠가 꼭 들리겠다는 무언의 약속과 함께..









울산바위를 뒤로하고 막 내려서는데 전방에 황철봉으로 오르는 1092봉이 떡하니 눈앞으로 다가왔다.

어찌 힘 좀 써보라는 제스처이기도 하다. 좀만 기다리 곧 너의 등에 올라 탈 것이니^^


















다시 석문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황철봉의 너덜을 만나기 위해 허리띠 꽉 조인다.


















1092봉 오른 중에









1092봉 정상의 미시령 갈림길



서봉에서 약 두 시간여 입에서 단내 나게 올라 맞이한 미시령 갈림길이다. 즉, 백두대간과 설악태극길의 갈림길인 것이다.

대간종주자 들이 어둠과 짙은 안개 속에서 대형알바를 하여 큰 낭패를 보는 주의가 요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황철북봉 오름의 시작이다.































어제 박터에서 그리고 조금 전 울산바위에서 보여주던 황철북봉은 너덜지대가 3단으로 형성되어 있다.

황철북봉만 무사히 넘으면 큰 고비는 없다.



























울산바위에서 1092봉 그리고 황철북봉까지 거리에 비해 힘이 듦은 무거운 박짐이 원인이 아니겠는가,

특히 이런 너덜지대를 통과할 때 무게중심을 잡기가 가장 힘이 든다.








육두문자가 절로 나오는 구간

염려했던 거와는 달리 너덜구간을 비교적 양호하게 오르고 있는 허브

대간남진을 추진해도 되것따^^








황철북봉 상부를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미시령을 사이에 두고 진부령으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실질적인 남한의 끝봉인 향로봉 너머로 북녘땅의 일만이천봉 금강산도 희미하게나마 시야에 잡힌다.

더 늙기 전에 저 땅을 밟아야 할낀데, 정일동무 금강문 빨리 좀 열라우^^








황철북봉에 서다!!


북봉에 서니 몇 해 전 대간길에서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다.

힘 들었던 만큼 꼭 다시 찾고 싶었던 곳이라 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음이다.

당시는 홀로였지만 오늘은 허브와 함께하니 그리 외롭지 않네 그려^^

언젠가 남진을 하면 다시 만나겠지 그날을 고대하마!







진행방향으로 맏형 격인 황철봉이 보이고, 막내 남봉은 잠시 마실 나갔나 보다,

그 아래 오늘의 목적지 저항령이 우리를 기달릴 것이다.








좀 더 좌측으로 눈길을 주니 내일 아침시간에 만나게 될 걸레봉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쪽으로 대청봉이 우뚝 솟아있다.

대청봉에서 귀청봉으로 흘러내린 설악 서북능선의 장쾌한 마루금이 멋찌다.









귀때기청을 당겨보니 우측의 안산과 뒤쪽으로 삐죽 가리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 북설악이 앞 뒤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북봉에서 황철봉으로 진행









황철봉(1,381m)


맏형 격인 황철봉은 아이러니하게 조망이 꽝이다.

잠시 인증만 하고 바로 남봉으로 진행한다.

























남봉 진행 중에 살짝 보이는 문바위골과 속초시가 스쳐지난다.

문바위골 능선을 타면 신흥사로 바로 떨어진다는데, 아직이다.








황철남봉에서


황철봉구간 중에서 남진을 하면 북봉 오름이 가장 힘 들것이고 반대로 북진을 하면 남봉 오름이 가장 힘이 들 것이다.

이제 남봉을 내려서면 오늘의 박지 저항령이 우리를 반길 것이로다.

























등로가 지저분하고 힘들다 하여 별명 붙여진 걸레봉이 저항령을 사이에 두고 험상 굳게 떡 버티고 서있다.

하지만 오늘은 오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일 원기 회복하여 만나자꾸나^^


결과론이지만 걸레봉 사면을 지날 때가 단풍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대간 때 힘들어 했던 그 걸레봉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저항령


동쪽으로는 외설악의 정고평에 이르고 서쪽으로는 길골을 거쳐 백담사에 이른다.

다른 말로 '늘목령' 이라고도 하는데 저항령 늘목령 모두 누루목고개, 목우재 등과 같이 길게 늘어진 고개라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악태극이나 대간러 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은 우리에게 아늑한 보금자리까지 내어준다.
















박지에서 약 100m 아래의 샘터에서 땀 씻고 물길어와

저녁식사 후 피곤한 몸 바로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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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여명이 밝아옴과 동시에 마지막 3일차 일정을 시작한다.






















하룻밤 푹 쉬니 가뿐한 몸으로 걸레봉을 오른다.

날씨마저 쾌청하니 허브 얼굴에 함빡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걸레봉(1,250m)


1250봉, 일명 걸레봉에 도착 후 파란 하늘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걸레봉은 등로가 지저분하고 힘이 든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역광의 실루엣으로 다가온 진행방향의 마루금








황철남봉과 그 아래 저항령과 작별을 고하고 다시 길 재촉한다.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내려앉은 걸레봉의 사면을 따라 한참을 진행하다 보면 마등봉에 도착을 할 것이다. 긴 여정의 마지막 봉우리인 셈이다.

여차하면 공룡을 타고도 싶은 마음이지만 남은 행동식이라곤 참치캔 한 통과 쵸코렛 달랑 하나 뿐인걸^^




































































































오색단풍의 안내를 받으며 걸레봉 사면을 완전히 빠져 나오니 전방에 마등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일 비탐구간답게 오는 동안 딱 한 사람의 등산객만 마주쳤다.

그래서 더 호젓한 설악과의 만남이 되었지 않나 싶다.
















마등봉 오름 중








육중한 황철봉과 걸레봉을 뒤로하고 이제 오늘의 마지막 봉인 마등봉에 올라 선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벅차오른다. 당일치기로 진행을 하였다면 이러한 감동을 느껴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일이다.

무거운 박짐에 때론 힘이 들었지만 그 힘듦은 잠시이고 뿌듯함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니 말이다.







마등봉(1,327m)


이제 마등봉을 내려서면 황철봉을 비롯하여 지나온 봉우리들은 시야에서 멀어질 것이다.

대신에 금강굴에 이르기까지 단풍으로 곱게 물든 외설악의 또 다른 모습들이 하산길 내내 함께할 것이다.

수 없이 보았던 그림이지만 오늘처럼 천천히 느긋하게 걸으니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마지막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2박3일의 여정 무사히 마무리 함에 기분 대낄이 아닐 수 없다.^^
















































































































































































































































































































































































































"설악은 설악이다" 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