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1일 사천 와룡산

매화가 지니 이제 벚꽃이다. 벚꽃 일번지 진해와 창원일대는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에 산에는 지금 울긋불긋 진달래가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산군들을 유혹하니 산바라기는 오늘도 산 찾아 길을 나선다.

바로 사천의 와룡산이다. 와룡산은 진달래보다 철쭉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그에 몾지않게 진달래도 일품이다.

한려해상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와룡산은 하늘에서 보면 한 마리 거대한 용이 누워있는 형상과 흡사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한다.

오늘 그 용의 등짝 위에 올라서 시원한 해풍을 타고 불어오는 봄 기운을 만끽하려 한다.

오늘 산행 들머리는 이곳 용강정수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정수장 우측 철조망을 끼고 가면 

 산행 이정표가 서있는 조그마한 나무다리를 건너서 산행은 시작된다.(08:30)

오늘 전체 산행거리가 약 13km 정도이니 민재봉(6.5km)이 대략 중간지점이 되겠다.

오늘 동행자는 지난  군위 아미산에 이어 입사동기 "미정&병래" 부부와 함께한다.

평일은 라이딩으로 주말은 산행으로 자연과 함께하니 더없이 좋단다.

특히나 산 나물과 약초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그 방면으로 무지한 나로서는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되겠다. ㅎㅎ

벌써 두릅사냥이 기대 된다.

현재 진달래 개화상태는 기차바위가 있는 7부능선까지는 꽃봉오리를 터뜨렸고, 그 위쪽은 아직이다.

하기야 민재봉과 새섬봉이 있는 산 정상부는 철쭉 군락지이니 진달래는 사실상 현재가 절정이라 해도 무관하겠다.

용머리에 해당되는 용두봉에 올라 서니 오늘 걸어야 할 마루금이 한 눈에 펼쳐진다.

사진에서처럼 와룡마을과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크게 도는 원점회귀이다.

쉽게 말해 말 발굽형태로 와룡의 등을 타고 걷는 셈이다.

속살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는 두 봉우리 중 우측이 현재의 최고봉인 새섬봉이고, 그 좌측 옆이 상사바위로 불리는 천왕봉이다.

아쉽게도 오늘 저 천왕봉은 오르지 못했다. 새섬봉이 오늘 마지막에 오를 봉인 셈이다.

장고개 내려서기 직전 활공장에서 바라본 삼천포 시내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고성군에 속한다.

나중 하산 후 저 어디에서 활어회로 오늘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다.^^

장고개(09:15 / 45분 경과)

장고개를 가로질러 바로 산으로 올라탄다.

오늘 날씨는 맑으나 해무에 바다 쪽은 가시거리가 짧다.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했는데..

대신에 진달래가 이리도 살갑게 반기니 미정씨의 스마일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도다.^^

이쯤에 올라서니 앞으로 걸어가야 할 능선이 쫘악 펼쳐진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두리뭉실한 민재봉을 필두로 새섬봉 그리고 도암재를 사이에 두고

상사바위로 더 알려져 있는 천왕봉이 고개를 한껏 쳐들고 있는 그림이다. 

여기서 와룡마을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

사자바위를 지나서

기차바위도 넘는다.

기차바위에서 바라본 한려해상의 모습이다.

좌측으로 뱀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통영의 사량도 이고,

중앙의 조그마한 섬이 은박산이 있는 수우도,  수우도 뒤쪽으로 희미한 섬이 욕지도이다.

시계가 짧아 아쉬움이 크다.

이제 두리뭉실한 민재봉, 하얀 속살의 새섬봉, 뾰족한 천왕봉이 일직선상으로 서있는 모습이다.

성큼 다가온 민재봉

이곳의 진달래는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민재봉 799m (12:25 / 약 4시간 경과)

2001년 위성측정을 하기 전까지 799m의 민재봉이 와룡산의 주봉이었으나

측정 후 801.4m 의 새섬봉에게 주봉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곳 사천 주민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단다.

이유인 즉슨, 우리나라 25,000분의 1 지도에 등재되는 것이 800m 이상부터 등재가 된다니

그 기쁨이 얼마나 대단하였을까?

그 후 주봉을 새섬봉에 내 주었지만 위치상 좌청룡(기차바위,사자바위,,용두봉),

 우백호(새섬봉.상사바위)를 거느린 기품은 여전히 주봉 못지 않다.

이곳에서 김밥과 컴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이제 새섬봉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새섬바위 1.6m 방향으로 출발!

가냘픈 양지꽃도 앙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돌아본 민재봉

헬리포트(13:20 / 4시간 50분 경과)

오늘 이곳으로 박산행 온다는 블친 갈마님과 조금 전 통화를 하니 도암재에서 막 점심을 끝내고 지금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단다.

 이곳에서 홀로이 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하룻밤을 지세울 그림을 미리 상상해 본다.^^

하얀집이 이곳 산불지킴터 초소이다.

대개가 플라스틱 조립식인데, 이곳 초소는 아주 멋스럽게 지었네 ㅎ

얼레지 꽃이 수줍음에 얼굴을 감싼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새섬봉과 천왕봉

그리고 한참 멀어진 민재봉과 마지막 눈맞춤을 건네고

사자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사진에는 선명하지가 않다.

반대편에도 사자형상의 바위가 또 하나 있다.

새섬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바위

북바위 너머는 사천만 위로 새로 생긴 다리가 있고  그 유명한 '비토섬'과 서포가 보인다

 북바위 방향으로 가다가 북바위 정상 조금 못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백천사로 내려서게 된다.

처음 들머리로 잡은 곳이다.

새섬봉 801.4m (13:50 / 5시간 20분 경과)

먼 옛날 와룡산이 바닷물에 잠겼을 때 이곳에 새 한 마리만 앉을 수 있다 하여 새섬봉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2010년 사천시에서 새섬바위를 공식적인 와룡산의 정상으로 인정, 공표하면서 호칭도 '새섬바위'에서 "새섬봉"으로 명하고  

성대한 제막식도 가졌다고 하니 이을 찾는 산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새심봉 정상에서 오전에 올라선 좌청룡을 바라본다.

그 아래가 와룡마을이다.

사람의 얼굴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이다.

특히 이름이 없는 걸 봐서는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마지막으로 새섬봉 그리고 멀리 민재봉과 작별인사을 건네고 도암재로 급 내림을 한다.

사자얼굴 형상의 바위가 잘 가란다.

도암재로 바닥을 쳤다가 천왕봉으로 올라야 하는데,

도암재로 급하게 내려서는 중에 갈마님과 조우! 기념샷 한방으로 반가움과 아쉬움을 달랜다.

뒤돌아 본 새섬봉의 우람한 자태

도암재(14:50 / 6시간 20분 경과)

여기서 남은 음식 떨이를 하고 한참을 쉬어간다.

원래 계획은 건너편 상사바위가 있는 천왕봉을 거쳐 하산하기로 했지만,

고갈된 식수와 하산 후의 활어회가 눈 앞에 아른거리니^^ 미안하지만 천왕봉은 다음에 알현하기로 하고

아쉬운 맘 가득 안고 와룡마을로 하산을 한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와룡골 1.4km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와룡마을까지 약 30분 소요)

와룡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와룡마을의 평온한 모습

 아늑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와룡저수지를 곁에 끼고 걷노라면

와룡마을 입석이 나온다.

여기서 계속 나무데크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다 보면 옹두공원이 나오고

공원 끝자락에 오늘 들머리인 옹강정수장 주차장에 이른다.

와룡저수지를 병풍처럼 둘러친 와룡산의 마루금

용두공원

저 데크길 끝에 정수장 주차장이다.(16:30 / 8시간 소요)

이상으로 진달래맞이 와룡산 산행을 마치고 이제 입이 즐거워할 시간으로 달려간다.

산행코스(약 13km / 아주 느리게 8시간 소요)

용강정수장(08:30)~용두봉(09:00)~장고개(09:05)~기차바위(11:30)~민재봉(12:25)~점심(12:50)~헬기장(13:20)~새섬봉(13:50)

~도암재(14:50)~휴식(15:30)~와룡마을(16:00)~용두공원(16:20)~용강정수장(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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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말처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지금은 빨리 가기 보단

천천히 함께 멀리 가는 것이 난 좋다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