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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emory

2021년 3월 3일 겨울 소백산

 

꽃피는 춘삼월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린다고 매스컴에서 난리다.

올겨울 눈다운 눈을 만나지 못한 산꾼의 귀가 번쩍 뜨임은 당연하다 하겠다.

눈 내린 다음날 맑음이라 최상의 조건이지만 평일이니 우짠다요.! 벌씨로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데, 

망설임은 늘 후회를 남기고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하였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 했다.

 

 

 

죽령

 

작년 초암사~비로사 구간은 다녀왔지만 이곳 죽령은 2016년 백두대간 후 처음이다.

야심한 밤 죽령 고갯마루를 구비구비 돌고 돌아 죽령 정상에 도착하니 주위는 쥐 죽은듯하고 가로등만이 홀로 외로이 어둠을 밝히고 서있다. 정확하게 23시를 가리키고 있다.

내일 비로봉에서 일출을 감안하면 늦어도 03시에는 저 가로등을 통과해야 하겠다.

출발 전 동네 마트에서 구입한 이슬이와 육포 그리고 컵라면으로 홀로 조촐한 야식타임을 가진 후 차박에 들어간다. 

 

 

 

들머리 (03:10)

 

쪽잠에 얼마나 깊이 들겠는가.!

좁은 침낭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출발 시간 맞추어 침낭 속에서 슬며시 빠져나온다.

지난 까치산에서와 같이 오늘도 마빡에 불 밝히고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제2연화봉

 

깊은 잠에 빠져있는 소백,  숨 막힐듯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장단을 맞추듯 일정한 패턴으로 들려오는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애써 위안을 삼는다.

멀리 제2연화봉의 강우레이더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망망대해 등대 인양 외로운 산객을 반긴다.

 

 

 

연화봉 (05:30 / 2시간 20분 경과)

 

처음 계획은 설악에서 태백으로 다시 태백에서 소백으로 굳혔다.

설악과 태백은 홀로 먼길 운전에다 도로 사정도 감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눈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지만 파란 하늘에 펼쳐진 소백은 역쉬나 엄지척이었다.

거기에 더해 운해는 하루 휴가를 내고 멀리서 달려와준 성의에 대한 덤이렸다.^^

 

 

 

제1연화봉 (06:10 / 3시간 경과)

 

 

 

 

 

여명

 

제1연화봉을 막 넘어서는데 여명이 밝아온다.

눈길에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까치산에서의 아쉬움이 재연되는 것은 아닐는지..

 

 

 

산행코스 및 일정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 비로봉이 저만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산행코스는 비로봉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다시 왔던 길 되돌아가는 편도 11.5km, 왕복 약 23km 코스이다.

차량 회수도 그렇거니와 죽령에서 이곳까지 캄캄한 밤길에 그냥 지나쳐왔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곳에서 일출을 담기 위하여 광각에서 망원렌즈로 교체한다.

 

 

 

 

 

 

 

 

 

 

 

 

 

 

 

 

 

 

 

 

 

당겨본 비로봉

 

짐작컨데 이쯤에서 해돋이가 진행되었지 않나 싶다.

아쉬움은 없지 않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소백의 모습도 접하니 그리 섭섭하지만은 않다.

온몸으로 태양을 가득 품은 비로봉의 우람한 자태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니 어쩌면 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소백평전

 

봄, 여름이면 온갖 종류의 야생화가 만발할 소백 평전에 하얀 눈이 덮여있다.

조만간 파아란 초록물결로 가득하리라.!

 

 

 

 

 

 

 

 

 

 

 

주목 감시초소

 

전국의 수많은 산꾼들의 사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감시초소.

그중에 나의 발자취도 당근 가지고 있겠구나.! ^^

 

 

 

 

 

 

 

 

 

 

소백 일출

 

짠! 두두둥~~~~

이렇게 소백의 해돋이가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다.

홀로 이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니 가슴이 벅차다.

올 한 해 모든 이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본다.

 

 

 

소백산 비로봉 (07:05 / 3시간 55분 경과)

 

비로봉.! 수도 없이 올랐지만 오늘은 예전과 다르게 벅차 옴은 왜일까..

불교에서 범어로 바이로차나(비로자나)는 보통 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광명의 부처를 의미하는 만큼 범접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범접할 수 없는 비로봉을 이렇게 홀로 오롯이 그 영험함을 누려서인지도 몰라도 하여튼 벅찬 감정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연화봉 삼형제

 

아침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연화봉 삼형제

소백산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지명이 불교용어가 유독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산 아래에 비로사, 희방사, 초암사 등등 명찰도 많다.

 

 

 

 

 

 

 

 

 

 

 

 

 

 

 

 

 

 

 

 

 

 

 

 

 

 

 

 

 

 

 

 

 

 

 

 

 

 

 

 

 

 

 

 

 

하산 (07:15)

 

이 장면을 끝으로 다시 랜즈 교체 후 왔던 길 되돌아 죽령으로 발길을 돌린다.

벅찬 감동을 받고 머문 시간이 고작 10여분 남짓이다.

오늘 칼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겨울철 비로봉에서의 10분은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로 한다.^^

등산 때와 달리 하산은 풍광을 담으면서 천천히 진행을 할 것이다.

 

 

 

주목 군락지

 

 

 

 

 

운해의 향연

 

천동, 어의곡 방향의 단양쪽은 구름바다에 모두 잠식을 하였다.

자연이 빚어낸 걸작임에 틀림이 없다.!

 

 

 

 

 

 

 

 

 

 

 

 

 

 

 

 

 

 

 

 

 

 

 

 

 

 

 

 

 

 

 

 

 

 

주목 감시초소

 

초소에서 빵과 음료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잠시 쉬어간다.

칼바람에 정신이 혼미하였던 기억과 산박 초년의 해프닝 등등 옛 추억들이 막 소환되어 스쳐 지난다.

추억이란 흐른 세월만큼 더 잔잔한 애절함으로 다가오나 보다.

 

 

 

 

 

 

 

 

 

동화 속의 풍경

 

아침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는 소백 설경, 동화 속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

아무도 없는 소백의 넓은 품에 머문 이 시간들은 나의 추억장에 고스란히 남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가야 할 능선

 

어둠을 헤치고 지나왔던 산마루를 이제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걸을 것이다.

 

 

 

 

뒤돌아본 능선

 

멀어짐은 이별이라지만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라 했다.

그날이 꼭 내일일 것만 같으니 진정 소백이 나를 유혹한 것이 분명 하렸다.!!

 

아주 오래전 퇴계 이황이 이 길을 걸으며 유소백산록을 남겼다.

아마도 그때도 소백이 퇴계를 유혹하지 않았겠는가.!^^

 

 

 

 

 

 

 

 

 

 

 

 

 

 

 

 

 

 

 

 

 

 

 

 

 

 

 

 

 

 

 

 

 

멀어지는 비로봉

 

 

 

 

 

성큼 다가온 연화봉

 

 

 

 

 

 

 

 

 

 

 

 

 

 

 

 

 

 

 

 

 

 

 

 

 

 

 

 

 

 

 

 

 

 

 

 

 

 

 

 

 

 

 

 

 

 

 

 

 

 

 

 

 

 

 

 

 

 

 

 

제 1연화봉 전망대에서

 

반대편 경북 영주, 풍기 방향에도 질세라 운무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사방이 구름바다에 둘러쌓였다.

 

 

 

 

 

 

 

 

 

 

 

 

 

 

 

 

 

 

 

 

 

 

 

제 1연화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넘실거리며 비로봉을 삼킬듯하지만 끝내 비로봉을 넘지는 못하였다.

이렇듯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한 소백이다.

 

 

 

 

올려다본 제1연화봉

 

 

 

 

 

 

 

 

 

 

 

 

 

 

 

 

 

연화봉 (10:00 / 6시간 50분 경과)

 

 

 

 

 

연화봉에서

 

오늘 소백에서 유일하게 만난 두 팀

아무리 평일이지만 눈 내린 소백인데, 명색이 소백인데 찾는 이가 이리도 없단 말인가.!

코로나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북방 단양방면 조망

 

단양쪽은 여전히 구름바다에 빠져있다.

그에게?  저기가 동해라해도 믿겠다.^^

 

 

 

 

운무에 같힌 제 1연화봉과 오른쪽 머리통만 내민 비로봉의 아찔한 모습

 

잠시 한눈을 돌린 사이 1 연화봉과 비로봉 꼭대기만 남겨두고 모두 삼켜버린 운해

그기요! 그리 곧장가면 운해에 풍덩할 낀데... ^^

 

 

 

 

 

 

 

 

 

연화봉을 내려서면서

 

건녀편 도솔봉과 묘적봉은 운해에 완전히 잠식된 상태.

 

 

 

 

 

소백산 천문대

 

이곳에서부터 죽령까지 7km 고속도로이다.

천문대 관측을 위해 산 옆구리를 깎아서 차도를 내었다.

하여튼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지겹도록 걸어야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은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안개속으로

 

다행히 이쯤에서부터 죽령 도착점에까지 안개가 몰려왔다.

행운이 함께하나 보다 소백아.!

 

 

 

 

 

 

 

 

 

 

 

 

 

 

 

 

 

죽령탐방지원센터

 

 

 

 

 

 

 

 

 

 

 

죽령 도착 산행 종료 (11:50 / 왕복 8시간 40분 소요)

 

 

 

 

 

 

 

 

산행코스(왕복 23km / 8시간 40분 소요)

 

죽령(03:10)~연화봉(05:30)~제1연봉(06:10)~비로봉(07:05)~연화봉(10:00)~죽령(11:50)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