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지리산종주를 꼭 하고 싶어한 '허브'
천왕봉 일출을 억수로 만나 보고 싶은 '영일만친구'
그날이 언제일까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조상님께는 조금 죄송스럽지만 이번 구정연휴 중에 둘의 소망을 풀기 위해 마음속에 묻어둔 불을 지피기로 한다
모든 일상사가 그러하듯 가슴에 품었고 계획을 세웠다면 실행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선 허브님의 산행체력과 겨울 눈길을 감안하여 일정을 넉넉하게 2박3일로 잡고 코스는 화엄사~대원사인 일명'화대종주'는 좀 무리라고 판단 되어
일반적인 성삼재~대원사로 정하고서 첫날은 '벽소령대피소' 둘째 날은 '장터목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지리산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예약을 한다
평상시에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지리산 인터넷예약을 설 연휴 덕에 아주 쉽게 예약을 한다
그러나
진행이 너무 순조로웠을까?
구미에서 새벽 공기를 힘차게 가르며 일반국도 보다 못한 88고속도를 3시간 남짓 달려 '인월'이정표를 따라 '뱀사골'을 막 오를 때 쯤에는 부슬부슬 내리던
보슬비가 진눈깨비로 변한다
예감이 심상치 않다 싶을 때쯤 우리를 태운 애마는 벌써 성삼재 8부 능선을 오르고 있다 그때 갑자기 시커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함박눈이 쏟아진다
찰나에 올해 1월1일 덕유산에서 눈길이 빙판으로 변하여 곤혹을 치른 생각이 빠르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출발 전 일기예보도 한몫을 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또 모레가 더 춥단다
이렇게 많이 내린 눈에 날씨가 추워진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 그기에 성삼재의 높이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럴 때 일수록 판단은 조금이라도 빠른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아는 걸까?
어느새 애마는 말머리를 돌려 어둠을 뚫고 한참 동안 올라왔던 길을 힘없이 투덜투덜 내려가고 있다
허탈한 마음에 행여나 관리소에 문의를 하니 영업용택시는 허락을 하고 일반 승용차는 통제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푼 마음을 안고 새벽같이 달려왔는데 그냥 되돌아 갈수는 없는 일 말고삐는 벌써 백무동으로 향하고 있다.
들머리를 백무동에서 멋진 '가내소폭포'와 '한신계곡'이 자리한 '세석대피소'방향으로 잡고
날머리는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한다
산행코스 (23km)
백무동주차장(들머리)~세석대피소(일박)~장터목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이박)~천왕봉(일출)~장터목대피소~백무동주차장(날머리)
7.0km 3.4km 1.7km 1.7km 1.7km 1.7km 5.8km
눈을 밟는 소리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멋진 하모니를 연출하고
계곡의 바위와 설화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준 '한신계곡'을 올라서니 '세석대피소'가 우릴 또 반겨준다
여기서 당연히 예약을 한 "벽소령대피소"로 가야 하나 초장부터 계획이 뒤틀려버린 것
배낭무게와 눈길 그리고 마지막 로프구간에 진을 다 뺀 터라 마침 빈 자리가 있어 여기에서 일박을 하기로 한다
세석대피소
지리산 대피소 중에 수용인원이 최고로 많고 시설 또한 최고다
여기서 오늘의 저녁만찬과 함께 일박을 한다
둘째 날
아침을 맞이한 '세석대피소'의 풍경
어제는 날씨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었는데 오늘은 강렬한 아침햇살이 눈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세석평전에 펼쳐진 설원의 모습에 추위도 잊은 듯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본다 오늘 우리가 갈 그림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진다
'허브'님 왈
"세석이여 잘 있거라"
잠시나마 정들었던 세석을 아쉬움에 다시 한번 뒤 돌아보고
여기 촛대봉에서면 항상 그러하듯 왔던 길을 뒤돌아보면 저 멀리서 반야봉과 노고단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 준다
그리고 가야 할 방향에는 '천왕봉'이 앞에 우뚝 서있다
급한 마음에 확 당겨본 '천왕봉'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반야봉' 방향의 능선들
여기서부터는 '연하선경'의 황홀한 풍경과 함께한다
돌아보니 촛대봉도 차츰 시야에서 멀어진다
연하봉
오늘 둘째 날 머물 '장터목대피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느긋한 마음에 다리와 눈이 즐겁다
여기서 느긋하게 에너지를 보충하고 충분히 쉬면서 조금 후 만날 '천왕봉'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여민다
'제석봉'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는 마음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와! 매화꽃이 여기에도 피었네
동심으로 돌아간 '허브'
이 시간만큼은 모든 잡념은 사라지리라
취침조 둘이서 사이조케
'통천문'
항상 느끼지만 철 계단이 이름에 걸맞지 않다
하늘에 오르는데 뭔가 특별함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 하늘과 최고로 가까운 곳에 서다
이렇게 느긋하게 인증 샷을 박을 수 있다니 내일 일출을 볼 수도 있다는 예감이 얼핏 든다
여기서부터는 '장터목산장'으로 되돌아가면서 찍은 것으로 사진들이 겹친다
오늘 장터목의 하루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내일 천왕일출을 만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3일째
오늘 아침 06시17분 출발 직전에 '장터목대피소'내 기상현황 판에 찍힌 온도가 -20.5도
그날 최저기온은 -21.5도 였다 아마 천왕봉 체감온도는 -30도가 넘었어리라
오늘 천왕봉 일출 시간은 07시35분이다
모두들 이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달려와 자리를 잡고 해가 떠오르기를 발을 동동 굴리면서 동쪽하늘을 주시하고 있다
적막이 흐르고
"드디어 와! 함성과 함께 찬란한 하루가 그리고 음력으로 1월1일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
지리산 제1경인 '천왕봉 일출' 모습이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을 오늘 비로소 접한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뒤로 모두의 입에서 저마다의 소망을 빌어 본다 개중에는 "대한민국 만세"도 나왔다
누군가 말했듯이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성취감과 행복함이 아닐까 싶다
그 언젠가 겨울에 천왕봉에 올랐을 때 속으로 혼자 중얼거린 소리가 생각난다
"태양을 안고 있는 너의 멋진 모습을 꼭 한번 보고 싶구나"
여기서부터 '장터목대피소'로 하산하면서 아침햇살을 받고 있는 천왕봉과 장터목 사이 구간을 걷는다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여기 '장터목대피소'에서 약 22시간을 머물면서 '제석봉''천왕봉'을 두 번 만나고서 이제 지리산 2박3일의
긴 여정을 마치고 출발지인 백무동으로 하산을 한다
'참샘'
'백무동탐방안내소'
2박3일간의 일정을 이곳을 통과하면서 아쉬움을 접는다
귀가 중에 차를 세워
전에 중도 낙오하여 걸은 곳 '벽소령대피소'쪽 마천 음정마을 쪽을 본다
백무동에서 고속도로 진입 전에 위치한 '산천식당'
백반정식인데 산나물반찬이 끝내주네
2박3일동안 라면과 통조림 반찬에 입맛이 심술이 나있는 터에 이렇게 산나물에 구수한 된장국을 만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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